‘기부금영수증’ 발급했다면 그만큼의 재산출연 신고해야

동대문구에 위치한 B교회는 최근 동대문세무서로부터 출연재산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교회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되니 출연재산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는 것.

세무서 측은 “공익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출연재산보고서’와 주무관청에 보고한 결산서류를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 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당해 사업연도의 수입금액과 출연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홈텍스를 통해 결산서류 등을 공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임 모 목사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교회는 수익사업을 한 적도 없고, 지하교육관을 몇 개월 세를 준 것 밖에는 도무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교육관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겠다고 했는데, 그밖에 무슨 세금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교회 재정보고서를 내라는 것인지, 교회 결산서류를 내라는 것인지도 몰랐다. 교회와 세금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동대문세무서 측은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세와 가산세가 납부된다”고 통보했다. 12월 25일까지 보고서를 내면 세금은 면제된다고 말했다.

현재 뜨겁게 논의되는 문제는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다. 기독교계는 그 자체로도 이미 기독교가 종교탄압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가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다. 그 시작은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하면서부터다.

세무서가 일부 교회로 통보한 ‘공익법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의무사항’은 출연받은 재산에 대한 보고서를 내야 하고, 총 자산가액 5억원 이상이거나 당해 사업년도 수입금액과 출연재산 합계액이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결산서류도 내야 한다. 보고서 미제출의 경우 상속-증여세액의 1% 가산세를 물리며, 결산서류 미공시 혹은 허위공시할 경우 총자산가액의 0.5%의 가산세를 과세한다. 공익법인의 의무사항은 출연재산을 3년 내에 공익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출연재산은 어디까지일까? 김진호 세무사는 “공익법인 의무사항은 수년전부터 법으로 시행되어왔고, 매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교회는 공익법인에 해당되고, 교회가 받은 헌금은 ‘출연재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비영리 공익법인은 기부와 증여를 받을 수 있다. 헌금이 여기에 해당된다. 헌금에 대해 증여세는 없다. 하지만 3년 내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교회가 얼마나 헌금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근로소득자 면세를 위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면서부터 과세 요건이 성립됐다. 특정인이 ‘목적용 기부금’을 냈기 때문에 출연재산이 생긴 것이다.

김진호 세무사는 “고유목적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고, 기부금영수증을 떼어준 금액만큼만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의 헌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부금영수증을 통해 헌금(상속, 증여) 납부를 확인한 만큼 ‘출연재산보고서’를 내야하고, 3년 내 고유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김 세무사는 “교회 규모가 작은데 지나치게 기부금영수증이 많이 발급됐다면 세무당국은 허위발급을 의심하게 된다”며 “기부금영수증 발급 액수만큼 특정인이 출연한 재산이 있다면 반드시 신고하고 면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세도 예외는 아니다. 세법 개정안에 따라 재산분주민세 신고납부 대상 사업장은 감면 여부 상관없이 건축물 연 면적이 330㎡ 초과될 경우 전부 신고납부의무가 있다. 교회는 주민세 전액감면 대상이지만 신고를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시설(고아원, 양로원 등)이나 학교 등도 반드시 감면신청 신고를 해야 한다.

일선 세무서에서는 종교시설 주민세 감면신청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교회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좋다. 추후 세무조사 등이 진행될 경우, 세무서 과실이 아니라 교회 과실이 되어 가산세가 나오기 때문이다.